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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기자의 하루] 월요병과 몸살 사이 2023.04.25

오늘부터 [백 기자의 하루]라는 제목으로 구독자와 함께 닷새간의 일기 쓰기 챌린지를 시작합니다!
다섯 가지 미션에 맞게 여러분도 일기를 써서 보내주세요.

직장인의 삶이다 보니,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기엔 다소 무거운 내용일 수 있으나 
진솔한 마음을 담아 하루를 기록합니다. 

 



20230424 월요일

주말에 찬바람을 너무 많이 쐤는지 아침부터 코가 맹맹하고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냥 누워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오늘은 월요일…….
차도 막힐 테고 나가서 할 일이 있으니 일찌감치 몸을 움직여야 한다. 
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평소 같으면 40~50분으로 충분했을 출근 준비가 1시간도 넘게 걸렸다. 
웬만하면 1등으로 사무실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3등.
9시쯤 되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셨어요?"
"어머 자기야, 목소리가 왜 그래. 완전히 갔네."
"주말에 무리했나 봐요."

"연차 내고 쉬지 그랬어."
"우리 신간 오늘 넘겨야 하잖아요."
"아 참, 그렇지."


나도 쉬고 싶었다. 그런데 일정에 맞게 책을 내려면 오늘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겨야 한다. 
연신 콜록거리며 의견을 모으고 파일에 고쳐야 할 것들을 표시했다. 
중간중간 어지럽고 오한이 들었다.
'안 되겠다. 오늘 못 버티겠다.'
이대로는 무리일 것 같아서 부장께 눈 딱 감고 이야기했다. 

"부장, 오전에 신간 원고 마무리하고, 오후 반차 좀 내겠습니다."
"어, 그래요. 상태가 말이 아니네.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

망설임에 비해 수월한 허락. '이것만 마무리하면, 집에 가서 누울 수 있다!'
갑자기 힘이 샘솟았다. 뇌에 부스터가 달린 듯한 느낌이었다. 
모두 점심을 먹으러 떠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원고를 정리해 넘기고 짐을 쌌다. 
집에 오는 길에 병원에 들러 약을 받고 떡볶이랑 순대도 포장했다. 
그래, 기운 없을 땐 탄수화물이지…….

하지만, 집에 온 뒤에도 마냥 쉴 순 없었다.
까라지는 몸을 추스르며 여기저기서 오는 메시지에 답변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그래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누워 혼잣말을 중얼댔다.
"집이 최고야."





*월요병: 월요일마다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느끼는 증상.
*신간: 새로 발행하는 책.
*부스터: 압력을 높이고 추진력을 더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보조 장치. 힘을 더 내는 상황에 비유적으로 쓴다.

*연차: 직장인이 원하는 때 쓸 수 있는 휴가. 한 개를 쓰면 하루를 쉴 수 있다. 1년 단위로 일정한 개수만큼 나온다.
*반차: 연차의 반 개. 오전·오후로 나눠 쓰며 그만큼 쉴 수 있다.
*까라지다: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