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쿤스트캄머(Kunstkammer)’는 16세기 합스부르크 가문의 페르디난트 2세 대공(왕자)이 진귀하고 값비싼 예술 작품과 보물을 모아 놓았던 방이다. 독일어로 Kunst는 예술, kammer는 방·저장실을 뜻한다. 예술의 방 또는 예술의 저장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은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 인스브루크의 암브라스 성에 있었다. 수집된 예술품을 본 방문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을 테니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었던 셈이다.

왕성한 수집가였던 페르디난트 2세뿐만 아니라 그 이전 합스부르크 가문의 대부흥 시대를 연 막시밀리안 1세, 어릴 때부터 스페인 왕실에서 자라며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루돌프 2세의 수집품도 쿤스트캄머에 더해졌다. 펠리페 4세와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 등의 수집품도 마찬가지 다. 초상화, 공예품, 조각품, 갑옷 등 쿤스트캄머의 방대한 수집품은 훗날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지난 1월 9일 주니어 생글생글 기자 10명이 국립중앙박물관과 빈미술사박물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에 다녀왔다.

주니어 생글 기자들은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 준비된 자료를 통해 합스부르크 가문과 유럽 역사에 대해 배우고 주요 예술 작품의 특징도 미리 살펴봤다. 이후 보호자와 함께 자유롭게 관람했다. 전시장 안에서 예술 작품을 둘러보며 소곤소곤 대화하는 엄마와 주니어 생글 기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김민지 주니어 생글 기자(용인 서원초 2학년)의 엄마 최민정 씨는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공부하면서 전시회를 둘러보니 더 재미있었다”며 “민지도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by 문혜정 기자
합스부르크 전시회에서 만난 갑옷
[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윤지원 주니어 생글 기자 서울창림초 6학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전시로, 빈미술사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96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전시 포스터의 주인공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의 초상과 오스트리아의 국모 마리아 테레지아 초상 등 회화 작품도 좋았지만, 저는 다양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갑옷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의 독수리 장식 갑옷이 치마 같은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갑옷은 단순히 전투할 때 몸을 보호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중세에는 갑옷으로 남성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몸을 보호해야 한다지만, 불편하진 않을까 궁금했는데 신체 부위별로 갑옷을 입는 방법, 갑옷을 입은 채 팔 굽혀 펴기와 팔 벌려 뛰기 등의 동작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영상을 보니 갑옷이 과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시 마지막에는 고종이 오스트리아에 선물한 갑옷도 볼 수 있었는데, 같은 갑옷이지만 나라에 따라 형태가 다른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갑옷엔 어떤 특징이 있을지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하면 모차르트만 떠올랐는데 이제는 합스부르크 가문도 함께 생각날 것 같습니다.
유물과 예술품으로 살아있는 역사를 느끼다
[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김재윤 주니어 생글 기자 서울윤중초 4학년

지난 1월 9일 주니어 생글생글 기자로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이란 전시회를 보기 위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다녀왔다. 이 전시는 2022년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 96점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니어 생글생글 지면과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합스부르크 전시에 관한 소식을 들은데다, 평소 세계사 만화 속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던터라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 이번 전시 취재단 모집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신청했는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내가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이번 전시회에서 화려한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조각 작품 중 ‘누워 있는 비너스와 큐피드’가 특히 인상 깊었다. 다루기 까다로운 광석인 옥수로 인체 구조와 움직임을 그토록 정교하게 표현하는 것이 그 옛날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껴졌다.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의 초상화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커다랗고 웅장한 크기의 회화 작품이었는데, 그림 속 전신 초상화의 남자 주인공은 구불구불한 금발을 풀어헤치고 소매와 바짓단에 퍼프가 달린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커다란 목걸이를 자랑하듯 뽐내며 자기 모습에 도취한 듯 보였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 같기도 했다.

작품 설명에 따르면 페르디난트 카를 대공은 사치가 심해 많은 재산을 탕진할 정도로 자신을 꾸미는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작품을 보고 받은 첫인상이 실제 그 사람의 모습과 같아 매우 재미있었다.

책을 통해 알고 있던 합스부르크가의 역사보다 회화와 조각·공예 작품을 보면서 들은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가 더 생동감 있었다. 책에 나와 있지 않은 그 가문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훨씬 좋았다. 앞으로도 역사 지식을 배울 때 책과 기사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유물을 통해 경험하며 살아 있는 인류의 발자취를 느껴야겠다고 다짐했다.
[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화려한 초상화 뒤 숨겨진 그늘
[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김윤서 주니어 생글 기자 용인 동천초 6학년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선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물과 수집품을 볼 수 있다. 막시밀리안 1세,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프란츠 요제프 1세 등 궁중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림의 모델 가운데 궁중 여성, 그중에서도 마르가리타 테레사,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알아보자.
[주니어 생글 기자가 간다] 유럽 왕실의 품격을 만나다 합스부르크의 600년, 매혹의 걸작들
테레사 초상화는 약혼자의 아버지인 페르디난트 3세가 예비 며느리를 보고 싶어 해 그려진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그림은 다섯 살 때 모습이다. 귀엽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테레사는 어릴 때 삼촌 레오폴트 1세와 약혼했고, 14세에 결혼했다. 결혼 생활 6년 중 여섯 번 임신했고 21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테레사가 낳은 네 명의 아이 중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초상화에 나타난 공주의 모습은 어린아이지만 왠지 숙연하고 진지해 보인다. 결혼 이후 자기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공주의 일생은 어릴 때 왕족 대접을 받고 크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정해진 사람과 결혼하는 게 전부였을 것 같다. 순수한 표정의 아기 공주를 보며 그의 미래, 그리고 그 시절 비슷하게 살았을 수많은 공주를 생각했다.

마리아 테레지아 황후와 그의 막내딸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그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테레지아는 위엄 있는 표정으로 관람자와 당당하게 눈을 맞추고 있다. 군주 느낌을 풍기는 초상화다. 반면 앙투아네트 그림에서는 드레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드레스는 크림색 레이스 장식으로 뒤덮여 있다. 한쪽 손에 들고 있는 분홍빛 장미는 이 그림의 부드럽고 화려한 분위기를 한층 띄워 준다.

아버지가 테레지아에게 황위를 물려주려 했지만 그는 여자였기 때문에 물려받지 못하고, 나중에 남편 프란츠 슈테판이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즉위하게 된다. 하지만 테레지아가 실질적인 군주였다고 한다. 그가 펼친 정책을 통해 의무 교육이 시작되는 등 오스트리아가 발전했다. 테레지아는 능력이 있었지만, 오직 여자라는 이유로 황제에 오르지 못했다. 그 시절 황후로서 통치하는 테레지아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리 앙투아네트는 오스트리아가 오랜 적대 관계에 있던 프랑스와 조약을 맺으면서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결혼했다. 왕비는 적대국 출신이라는 것과 사치하고 재정 낭비를 불러왔다는 이유로 국민의 원성을 산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에서 처형당한다. 앙투아네트가 얼마나 사치했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그에 대해 더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성 셋에 관해 알아보았다. 그들의 실제 삶은 어땠을까? 만약 이 사람들이 현대에 존재한다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전시는 합스부르크의 보물들과 그 뒤에 숨겨진 고통을 자각하고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라는 자각심을 주었다.